처음 읽어본 정유정 작가의 책입니다.
하도 극찬이기도 하고 소재 자체가 흥미로워서 구매해보았어요.
저는 책을 잘 읽는 편이 아닌데 저같이 책에 흥미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물론 글이 어렵게 읽히는 건 아닌데 가끔 튀어나오는 낯설은 단어들이 몰입감을 방해해요.
예를 들어 계단참이라던가 퍼걸러라던가 평소에는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이 튀어나와서 갑자기 책을 덮고 핸드폰을 뒤져보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또한 몰입감을 높이려고 그랬는지 더욱 자세하게 공간에 대한 설명이 끊임없이 이어지다보니 그게 오히려 저한테는 역효과가 발생해서 더 몰입이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굳이 이렇게까지 묘사해야 하나 싶을 정도더라구요.
사소하다 싶은 부분까지 전부 서술하니 저만의 상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네요.
그런 걸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 그게 단점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저같은 경우는 아쉬웠던 부분이에요.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 다른 방해 없이 계속 몰입하게 되는 스타일의 책을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좀 맞지 않은 것 같네요.
물론 이 이후로 정유정 작가님 다른 책인 완전한 행복도 읽었는데 그 책은 너무 재밌고 이미 예상이 감에도 끊지 못하고 쉼없이 읽었어요.
그냥 이 책 자체가 저랑 맞는 책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읽다보면 필연적으로 그런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선이 선한것이고 악이 악한것이라 누가 단정짓는가? 선악과를 접하기전의 아담으로 돌아가 이 책을 읽는다면 등장인물들의 입장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포식자는 나쁘고 피식자는 가엽다는 인식은 인간의 마음속에 깃드는 공공연한 감정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군가에게는 피식자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포식자가 된다. 이러한 우리 인간은 나쁜 존재인가 가여운 존재인가. 내 삶의 영위를 위해 필요한 포식이 그래서, 나쁜 것인가? 주인공은 스스로 죄가 없다. 양심의 가책이 없는 그는 철저한 포식자다. 이 당연스런 악을 악의 입장에서 지켜보며 우리가 해야할 일은 피식자로서의 현명한 대처가 아닐까.
모든 종은 포식으로부터 기원한다. 종의 기원이 무엇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해주는 발상의 기원과도 같은 책.